[칼럼]별리사이야기(최종)

별리사이야기 24(최종회)

다소 무리하면서 ‘별리사‘라는 낱말을 지어냈습니다. 그리고 2년 동안 글을 연재했습니다. 이제 저는 조용히 생업에 충실하겠습니다. 그 동안 저의 거친 이야기를 경청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여전히 B급 변리사에 불과합니다. 아직 입술보다는 귀가 더 민감할 나이입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배우고 익히면서 더 나은 길을 좇아야 합니다. 실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십 분의 일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도 많고 숙제도 많은 처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무렵 연재를 마감하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매년 새로운 인재들이 업계에 들어옵니다. 오늘 저는 선배로서 변리사시험 52기 후배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고민했습니다. <인생은 깁니다. 상인이 되기보다는 장인이 되십시오. > 이것이 저의 메시지입니다. 사실 이는 저 자신을 묶어두는 올가미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고 옛 다짐도 금세 잊히는 까닭에 계속해서 상기하지 않으면 불안해집니다. 말하자면 타인에게 말하면서 자신에게 새겨 넣는 경구 같은 말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상인보다는 장인을 권면하면 마치 상인이 나쁜 사람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급여를 주고 급여를 받는 입장에서는 상인으로서의 능력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렇지만 장인은 상인이 될 수 있어도 상인은 장인이 될 수 없습니다.

변리사 집단은 국가의 면허에 의해 생겨난 흡사 길드 같은 것인데, 그렇다면 길드에 적합한 행동 양식이 필요합니다. 그것의 본질은 갈고닦은 실력에서 나옵니다. 수련과 연마 없는 상술은 공동체를 파괴합니다. 국가의 면허제도 취지를 외면하고 자기 자신만 생존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그런 욕망이 한국 변리사 사회 곳곳을 병들게 했노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런 고로 더더욱 우리에게 장인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갈 길이 멉니다. 게다가 아주 흔한 고뇌도 있습니다. 저는 이른바 영업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일이 너무 많아서 여유가 없었습니다(저는 여전히 명세서를 쓰고 의견서를 씁니다). 오히려 관계를 줄이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더디게라도 성장합니다. 사람이 늘면 지출도 함께 늘고 그러면 마땅히 수익을 늘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부합니다만 이것이 모든 경영자의 고충입니다. 장인으로서 실무철학과 비전을 수호해야 할뿐더러 좀 더 부지런히 새로운 고객도 찾아야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십삼 년 동안 아주 다양한 분야의 고객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한결같은 증언은 동종업자가 제일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북돋아주면서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찌르면서 경쟁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어쩌면 우리 사회 곳곳에 그늘을 만들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변리사 사회는 어떻습니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거나 북돋아줍니까?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삼갈 것은 삼가며 권면할 것은 권면합니까? 충분히 생각하면서 일할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서로가 노력하는가요? 당장의 성과를 위해서 깊이 생각할 시간을 희생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팔짱을 끼고 차분히 지금 세상을 관망하노라면 상당히 비관적입니다. 그러나 큰물이 들면 강은 범람하고 고였던 물도 흐르게 마련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기획하기에 좋은 때라고도 생각합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어른 세대는 실무를 오래 하지 않아서 잘 모르시고, 지금 세대는 실무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그 시대는 경쟁이 너무 없었고 이 시대는 경쟁이 너무 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가 역사상 별로 없었습니다. 만약 그런 기회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다면 새로운 시대의 시발점을 열 수 있을 터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전적인 시대입니다. 고난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며 역경이 우리를 도전케 합니다.

저는 많은 실험을 하고 있고 새로운 시도를 자꾸 해봅니다. 대부분 실패하거나 아직 큰 성과가 없습니다. 하지만 도전합니다. 계속 부딪혀봅니다. 실무 방법론, 모든 문서의 레이아웃, 서비스의 목록과 내용, 소통의 방식과 스타일, 여러 가지 콘텐츠와 새로운 솔루션 등에서부터 회사경영과 사내외 관계를 규정하는 경영철학까지, 과거의 모든 관념을 의심하면서 새롭게 직조해나가고 있습니다. 적절한 기회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실험 결과가 정말로 이롭다면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혁신포럼이 있어서 서로의 실험결과를 넉넉하게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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